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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들어 말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서 백두산에 떨어졌지만, 그 물줄기는 각기 다른 골짜기로 나누어져서 흘러 하나는 압록강이 되고, 하나는 두만강이 되고, 하나는 송화강이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백두산에서 발원하더라도 서로 다른 강물이 되어 서해로, 동해로, 오호츠크해로 들어간다. 또 압록강이라고 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물이 아니다. 내려오면서 수많은 지류의 물들이 합류해서 큰 압록강이 된다. 그러므로 다른 강물이지만 발원지가 같은 것도 있고, 같은 강물이지만 서로 다른 발원지를 갖는 지류들이 합해진 것도 있다. 이처럼 민족의 시원을 살펴볼 때, 하나의 씨족, 부족, 민족이 하나의 선진 문명이나 선진문화로 일관되게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즉 하나로부터 여럿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기도 한다.
강물의 발원지를 따라 올라가 보면 각각의 다른 강물의 발원지가 같은 백두산이라고 할 때 서로 백두산이 자기 강물의 원류라고 다툴 일이 아니듯이, 각 민족은 자기 민족의 뿌리를 하나로 할 수도 있고, 몽골족과 뿌리를 하나로 할 수도 있고, 선비족과 뿌리를 하나로 할 수가 있다. 즉 민족의 시원에 있어서 어떤 설화가 동일할 수도 있다. 그것은 긴 세월을 내려오면서 이 지역, 저 지역으로 나누어져서 각각의 자기 특색을 가지고 가다 보니까 별개의 민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시원을 함께하는 민족은 같은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그 뿌리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는 민족들이 있고, 또 서로서로가 교류가 많아 매우 배슷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혀 다른 뿌리에서부터 출발할 때도 있다. 한반도는 중국과 가까이 있고 문화교류가 아주 많았기 때문에 한반도의 문화를 중국 문화의 한 지류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뿌리를 찾아가 보면 한반도의 뿌리는 중국 한족의 뿌리와는 그 근원을 달리한다.
그래서 중국은 차이나 티벳어족에 속하고, 한반도는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인도와 유럽은 인도 유럽어족에 속한다. 그런 측면에서 몽골족, 만주족, 조선족, 일본족은 민족사에 있어 어떤 근원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상고사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사서만을 찾아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역사, 만주역사, 몽골역사 속에서, 또 그들의 언어 속에서 어원을 찾아 추적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옛날 역사책에 기록된 편린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 상고사를 재구성하기 때문에 중국의 변방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중국 사람들은 자기 민족을 중심으로, 자기 역사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을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변방에 있는 나라라고 보는 것이다. 변방이라서 변방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모두 자국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이웃나라는 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국사에 등장하는 중국사, 일본사라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변방사가 된다.
[삼국지위지동이전] 에는 삼국시대의 위나라의 눈으로 '위나라 동쪽에 있는 오랑캐 민족'이라고 그 당시 우리나라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엿 역사를 찾는데 귀중한 자료이면서 그 기록들은 동시에 바로 그들의 관점에서 본, 그들의 눈에 비친 역사, 그들의 눈에 비친 문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상고사 부분의 많은 역사 자료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오늘날 실증주의 학자들이 이런 중국의 사서 기록 속에 나타난 편린을 주워 담아 우리 역사의 옛 부분을 복원하는 것은 많은 오류와 왜곡,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이런 사서의 기록만으로 옛 역사를 논하는 큰 한계와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실증적 자료도 없이 무조건 '우리 역사는 이렇다'라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일본족, 만주족, 몽골족 그 외 많은 민족들과 소위 동아시아의 동북지역, 즉 산둥반도와 황하 이북 지역에서 오랜 전부터 독립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역사는 중국역사의 한 아류나 지류가 아니고 그 뿌리를 달리하고 있다. 뿌리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수하다든지 또는 중국사가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측면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족사의 시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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