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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출발점

우리의 조상은 누구이며, 우리 기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이었나? 이런 의문을 가질 때, 우리의 머리에는 대개 단군이 떠오른다.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 서 단군의 자손'이라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젖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사화란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라고 알려진 고조선의 건국신화이다. 따라서 단군사화는 우리 민족사의 출발점으로 , 단군은 민족의 유구성과 독자성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근래에 들어서 건국신화로만 알아왔던 단군사화를 역사적 사실, 혹은 역사적 사실의 반영으로 파악하고 , 고조선의 성립을 중시하는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북한 하계에서도 평안남도 강동에 있는 단군릉에서 출토된 뼈를 탄소동위원소로 추적한 결과 5천 년 전에 단군이 실존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단군조선 이전에 이미 환인과 환웅의 역사가 있었음이 간과되고 있다. 최치원의 [제왕연대력]에는 '엿적에 환인시대와 환웅시대가 있었다'라고만 하고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다만 단군조선의 역사만 기록하고 있다. 상고사를 복원함에 있어서는 과거 여러 문헌들 가운데서 [환단고기]가 많이 인용되는데 [환단고기]는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를 묶어 놓은 것으로, 선사시대의 시조인 한나라 환인과 태고시대의 시조인 배달나라 환웅과 또 상고시대의 시조 조선나라 단군왕검의 역사가 상당히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환인시대

우리의 상고사를 살펴보면 크게 환인, 환웅, 단군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건국 이야기는 삼황오제로 올라가고 우리의 건국 이야기는 환인, 황웅, 단군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삼국유사]에 남아있는 이야기로 역사를 살펴보면, 마치 환인, 환웅, 단군이 각각 한 사람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살았던 것처럼 기록하고 있다. 마치 한 사람이 3000년, 2000년 살았던 것처럼 잘못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 역사를 축소하여 기록한 탓이다. 환인시대에 관한 유물이나 유적은 찾을 수 없고, 옛날부터 환인시대가 있었다는 말이 구전되어 왔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환인은 순우리말을 한문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환인에 대한 어원적인 해석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환인은 한 님, 해님을 한문으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해님은 태양을 말하고, 한 님은 큰 님, 혹은 하느님, 천신을 말한다. 그 당시 많은 부족 중 가장 선진문명을 가진 부족이 환인족이었다. 그들은 다른 부족과 달리 바위나 곰을 섬기는 토테미즘이 아니라 유일하게 태양을 섬긴 부족이었다. 태양, 천신, 하느님을 인간 세계를 주재하는 힘은 근원으로 생각했다. 이런 사상은 이미 인도에도 있었다. 하늘에 있는 신의 이름이 브라만이고 그 신의 권한을 지상에서 대행하는 계급도 브라만이다. 또 중국에서는 하늘에 있는 신을 천이라 하고, 황제를 하늘의 아들이라고 해서 천자라고 하여 동격화시키기도 했다.

환인은 신을 말하면서 동시에 신의 대행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대행자는 인간인 동시에 신이다. 이와 같은 전통이 일본에는 아직도 남아있다. 일본 천황을 영국 왕과 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일본 천황은 인간의 몸을 하고 있지만 바로 신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이 천황에게 아주 정중하게 절을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신을 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천황이라는 개념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다. 환인시대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3,301년이라는 설이 있다. 환인시대부터 시작하여 우리 역사는 9,000년이 넘는다. 그래서 일 만년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이름이 남아있는 임금은 일곱 분밖에 없다. 일곱 명으로 계산하면 한 사람이 대략 오백 년 정도 살았다. 하지만 이것은 한 사람이 500년씩 통치했다는 것이 아니다. 옛날부터 알려져 있는 이름이 일곱 명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때의 나라 이름이 한나라이고, 임금님은 환인, 즉 해님, 또는 한 님이라고 불렀다.

이 시대의 위치를 설명하는 학설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텐산산맥이 있는 서쪽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칼 호 근방이라고 한다. 어느 쪽으로 보든 세계에서 가장 문명이 앞선 스키타이문명이 텐산산맥을 통해서 동진하여 요하 상류 지역으로 와서 정착하고 다른 하나는 북쪽의 바이칼 호에서와 요하 상류지역으로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우리 민족 문명의 이동경로를 조사하면 요하 상류 지역에서 요하 중류지역으로, 그리고 대동강변으로 점차 옮겨져 왔다. 이들은 선진 문명으로 나누어졌다. 이것을 구환이라고 하는데, 우리 민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다른 민족들에게는 비록 입으로 전해져 오는 구전이라고 해도 이런 문명의 역사가 없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환인이란 한반도 선사시대에 맨 처음 나라를 연 임금을 칭하며 그 다스리던 나라를 한나라라 하였고 구환이라 불리는 환인의 9형제에 의해 다스려졌다고 한다. 한나라의 환인시대의 임금은 현재 일곱 분만 전해지고 있으며, 통치기간은 알 수 없으나 대략 3,301년이라 하였다. 환인 임금들의 칭호는 다음과 같다. 1대 안파견 환인, 2대 혁서 환인, 3대 고시리 환인, 4대 주우양 환인, 5대 석제임 화인, 6대 구을리 환인, 7대 지위리 환인 혹은 단인이라고 전해져 온다. 참고로 환인의 어원적 의미를 따지면, 화인은 음 자체로 보면 한 님, 또는 하늘님이다. 특히 '환하다'에 의미를 두게 되면 환님-한님-햇님으로 되며, 자연현상으로는 태양이자 동시에 왕이며 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