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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외면한 실화라고?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포스터를 보고 갑자기 확 뭔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의 10년 전 영화를 지금 보게 한 포스터의 문구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나라가 국민을 외면했다는 내용이지 않을까 추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이번 정부에서 외면하고 있는 이태원참사 사건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사건의 배경

2004년 정연과 남편 종배는 작은 카센터를 운영하는 부부입니다. 오랜만에 외국에서 입국한 후배 문도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하게 됩니다. 뒤늦게 합류한 수재가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수재가 갑자기 자살을 한 채로 발견됩니다. 수재는 빚에 허덕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중 2억 원에 달하는 돈이 종배가 보증을 선 금액이었습니다. 보증의 끝은 늘 그렇듯, 종배와 정연은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됩니다. 평안했던 가정은 이렇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당장의 생활비도 급한 종배와 정연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후배 문도가 제안합니다. 찜찜한 문도의 제안이지만 단칸방에 월세도 못 내는 종배는 제안을 수락하기로 합니다. 근데 갑자기 문도는 그 일은 여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을 바꿉니다. 정연은 내키지는 않지만 벼랑 끝 생활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문도가 알려준 대로 가방 하나만 나르면 되는 간단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역시나 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항에서 경찰견에 의해 가방에 든 물건이 발각되고, 정연이 가지고 있던 가방에는 대량의 코카인이 들어 있었습니다. 마약사범으로 타국에서 체포되는 정연. 한국에 남아 있던 종배는 검찰에 출석하여 정연의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태도가 너무 싸늘합니다. 면밀한 조사보다는 공범이라고 결론을 내린 듯하고 종배조차도 마약사범으로 의심을 할 뿐이었습니다. 종배는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문도가 잡혀서 이 상황이 해결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주불 한국대사관에서는 정연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난히 처리할 생각만 합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 교도소에서 만난 대사관 직원. 얼마나 반가울까요? 하지만 그 직원은 의무만 다 할 뿐 인간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던 중 정연과 같이 체포되었던 문도의 애인 수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한통속인 줄 알았던 수지는 본인도 당한 것이라며 종배에게 문도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하태광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줍니다. 종배는 마침 다른 이유로 문도를 찾고 있던 건달 조직과 함께 하태광을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것에 탄력을 받아 이 모든 사건의 원흉 문도까지 잡아냅니다.

줄거리

한편 프랑스 외곽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던 정연은 4개월 뒤 재판을 받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카리브해에 있는 마르티니크섬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 되게 됩니다. 이감된 이곳 교도소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입니다. 게다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곳이기에 종배는 정연에게 돈을 송금해 주려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대사관에서는 정연이 이감된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사관에서는 종배의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습니다. 시간은 더 흘러 마르티니크 법원에서는 정연의 구속기간을 4개월 단위로 더 연장하게 됩니다. 정연은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재판도 없이 계속 구속만 되어 있는지, 통역이라도 있으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대사관에서는 인근에 교민이 없다는 이유로 통역을 지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드디어 한국에서는 서문도의 재판이 열리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서문도가 정연에게 꼭 필요했던 증언을 해줍니다. 이제 재판 기록을 번역해서 대사관으로 보내기만 하면 드디어 정연도 프랑스에서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달의 시간이 더 흐른 뒤 드디어 대사관에서 발송되는 재판기록이 도착하지만 대사관 직원들의 실수로 열어보지도 않고 폐기가 되어버립니다. 종배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고 정연은 그 누구도 말해 주지 않으니 이런 억울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기만 합니다. 결국 1년이 지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감옥보다 못한 임시 거처로 옮겨지게 되고 정연은 희망을 잃어 갈 때쯤 대사관의 영사와 직원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도움은 못 줄망정 겁만 잔뜩 주고 갑니다. 심신이 피폐해진 정연은 결국 본인 때문에 고생하는 남편과 딸을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과연 이 부부에게 희망이란 있는 것일까요? 이 난관을 벗어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영화가 주는 메시지

전도연 고수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은 2013년 개봉된 영화로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한때는 공중파의 보도 프로그램에서도 다룰 만큼 논란이 크게 되었던 사건입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는 해피엔딩입니다. 2004년이면 불과 1010여 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합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댓관의 업무처리 능력은 형편이 없다 못해 업무태만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될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이 밝혀지게 되면서 분노의 강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대사관의 책임회피 관련 부처의 적반하장 외교통상부의 겁박 방송국의 보도 네티즌들의 힘 이 모든 것들이 영화 후반에 빠르게 흘러갑니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영화이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작품입니다. 고수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전도연은 정말 왜 그녀가 칸의 여왕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그 어떠한 장면도 과하지 않았고 흡입력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영화의 소재는 분노를 불러오지만 전도연의 존재는 감격을 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