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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시리즈는 스토리와 영상을 본다기보다는 세계관을 해석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아바타 시리즈를 볼 때, 세계관을 경험하는 재미로 본다. 이번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2편은 사실 이야기가 1편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아바타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이다.

물의 길은 판도라로 향하는 길

주인공이 판도라로 가는 길은 항상 물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제이크가 지구에서 판도라로 초대받은 날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긴 여행 끝에 판도라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마주친 것이 물방울이었다. 그리고 타나토르에게 쫓겨 몸을 던져 폭포수에 빠져버렸고 이날 네이티리와 나비 족을 처음 만났다. 제이크는 나비 족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점점 판도라에 익숙해졌다. 영화에서 주된 갈등은 제이크가 인간과 나비 족 사이에서 어떤 선택할지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선택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물이 등장했다. 이크란을 만나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폭포수를 건너야 했고, 사랑을 나누려면 강을 건너야 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마다 카메룬 감독은 계속 물을 등장시켰다. 이 물에 대한 사례는 신화와 고대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신화에서 물은 세상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우리가 흔히 저승으로 갔다고 얘기할 때 ‘황천길을 갔다’라고 표현하는데 비슷하게 기독교에서는 ‘요단강을 건넜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스틱스강을 건넜다’라고 말한다. 이때 물은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 경계로 언급되고 있다. 옛날 건축에서도 물의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아시아에서는 궁궐을 지을 때 물길부터 만들었다. 중국 자금성이나 우리나라의 고궁들을 보면 해자라고 해서 성을 감싸고 있는 물길을 만들었는데 이때 물을 기준으로 바깥쪽은 속세를 뜻하고, 안쪽은 성스러운 공간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도 물은 경계를 넘어가는 기능을 한다. 제이크가 나비 족으로 융화되는 결정적인 관문들에 물을 배치하고 있다. 폭포수에 떨어질 때, 폭포를 뚫고 나갈 때, 시냇물을 건널 때 제이크는 원주민의 세계, 전사의 세계, 사랑의 세계로 건너가게 된다. 선택하는 순간 제이크가 나비 족의 세계로 건너간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물의 길은 판도라를 선택하는 길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물을 등장시키면서 물줄기를 따라 판도라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문난 바다 오타쿠인 카메룬 감독이 물을 보여주는 방식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밤이다.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밤

1편에서는 판도라가 제이크와 교감한 순간들은 모두 밤에 보여줬다. 에이와가 계시를 내린 건 밤이었고, 사랑도 당연히 밤에 나누었다. 제이크가 나비 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의식도 밤에 치렀다. 보통 영화에서 밤은 무의식의 세계를 상징한다. 그런데 카메룬 감독은 무의식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서 표현한 거 같다. 그것은 바다이다. 판도라의 동식물은 밤에 몸에서 발광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판도라의 밤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은 산속의 숲이라기보다는 깊은 바다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다. 사실 이런 발광하는 생물들은 숲이 아니라 대부분 바다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생물학에 의하면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먹이를 유혹하기 위해서 또는 영양분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광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에이와이의 뜻을 전하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해파리가 바다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는 거대한 산호들 사이에 있는 것만 같았다. 판도라의 밤은 어둡지 않다. 형광이 발하고 있어서 아름다운 심해에 와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카메룬 감독은 영화 타이타닉을 기획할 때 침몰한 타이타닉을 보기 위해서 무려 33번이나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가 봤을 정도로 유명한 해양 탐험가라고 한다. 카메룬 감독의 초기 작품인 심연에서는 심해 속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 영화에서 바닷속의 외계인을 표현했던 색채들이 판도라의 밤에 보이는 색깔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바다를 탐험하는 감독의 취미가 판도라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 실제로는 바다가 아니지만, 모든 시간의 영상이 바다를 본떠 만든 것처럼 보인다. 심해의 시간 동안 제이크는 완벽하게 판도라에 빠져든다. 물의 여신에게 선택받고, 사랑에 빠지고 나비 족의 동족이 된다.

교감과 순환

1편에서 주인공은 지구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정의한다. 약육강식의 법칙. 하지만 제이크는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약육강식에서 교감의 세계로 넘어가는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돌아온 제이크는 두려움 때문에 교감의 힘을 잃어버렸다. 적들이 쳐들어오는 상황에서 그는 자기 부족을 떠났고, 전혀 다른 부족으로 피난을 갔다. 그의 결정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첫째 아들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네트워크와 교감이 중요시되는 판도라에서 네트워크를 끊고 다른 부족이 되는 일은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다. 네테이얌의 죽음과 함께 하늘에는 일식이 일어났고 다시 교감의 힘을 일깨운다. 바다에 밤이 물들기 시작하며 긴장감이 펼쳐진다. 제이크와 쿼리치대령은 목숨을 걸고 서로 대치하지만, 이 이야기는 두 남자의 대결이 아니라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서로 외면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고 부자 관계를 시작한다. 물의 길은 모든 삶과 죽음을 연결한다. 이는 네이티리가 얘기한 판도라의 또 다른 핵심 주제인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에너지는 자연으로부터 잠깐 빌려 쓰는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 이런 순환을 의미하는 이유는 태초에 생명을 탄생시킨 에너지의 시작이 숲이 아니라 바다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카메룬 감독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곳으로 물을 보여주면서 삶의 순환을 표현한다. 1편에서 제이크는 폭포에 빠졌다가 나비 족으로 다시 태어나고 2편은 임신한 네이티리와 아이들의 탄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면서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은 생명과 이제 막 태어난 생명, 탄생 비밀을 간직한 아이들까지 보여주며 물의 생명력을 말한다. 그러나 물이 꼭 탄생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카메룬 감독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타이타닉처럼 생명을 빼앗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물은 탄생과 함께 죽음도 같이 보여주어야 한다. 삶과 죽음의 파동을 보여준다. 결국 물의 길은 삶과 죽음, 사랑과 유대 같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