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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셔젤 감독의 과거 세 작품을 살펴보면 성공에 숨어있는 어두운 면이 테마였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바빌론'은 데미안 셔젤 감독이 그러했듯이 화려하지만 안타까운 씁쓸함 묻어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6관왕의 기록을 세우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셔젤 감독이 이번엔 광란의 시대로 불렸던 1920년대의 할리우드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시대적 배경
영화 바빌론은 황홀하고 광란의 할리우드에서 무성영화가 저물고 유성영화가 시작되는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무엇인가가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변화의 시대는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잃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시대처럼요. 생각했던 것보다 유성 영화로의 변화는 급속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무성 영화 시절에 인기를 구가했던 스타들 중 대부분이 배우를 접게 되었습니다. 영화 바빌론은 일자리를 잃은 스타들과 변화의 순간을 맞이한 할리우드를 보여줌으로써 영화산업 전체에 대해 각성할 기회를 주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비극적 줄거리
이 작품은 무성영화 시대 톱스타였던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와 무성영화의 전성시대의 마지막 신인 배우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그리고 영화에 애정이 깊었던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세 인물이 주인공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잭과 넬리를 보면서 유성영화로의 변화에서 도태되어 버린 배우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넬리와 매니의 관계에서는 비극적인 사랑을 묘사합니다. 개인적인 사랑이야기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 바빌론은 두 가지 면으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넬리와 매니는 사랑하는 남녀를 그려내기도 하지만 배우와 팬의 관계이기도 해서 무성영화배우의 생명이 끝나버린 상황에 두 사람의 관계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가 사람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넬리와 매니의 관계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항상 주인공으로서 황홀하고 화려한 순간을 그리워하며 고통 속에 살다가 파티 중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잭, 매니를 사랑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좌절하며 사라져 버린 넬리, 넬리를 잃고 할리우드에서 쫓겨난 매니, 이 세 사람은 결국 불행한 사람으로 영화에서 묘사됩니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영화 바빌론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위플래쉬나 라라랜드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변화를 이뤄내거나 도태되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시대의 변화가 개인을 무너뜨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세 인물은 각자의 불가항력적인 사랑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보내고 시대의 변화에 어쩔 수 없이 도태된 잭은 이 시대를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시간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밀려났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물러 날 곳이 없는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것과 같습니다. 넬리도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간을 너무 사랑했기에 본인을 배우로 만들어 준 매니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가 이 두 가지를 앗아가는 순간 희망이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묘사되진 않았지만 로스앤젤레스 밤거리로 사라지면서 넬리는 영화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녀 역시 잭과 마찬가지의 이유였겠지요. 영화 바빌론의 주인공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매니입니다. 그는 현실로부터 도망쳤고 여느 보통 사람들처럼 가정을 꾸려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넬리를 그리워합니다. 극장에서 모든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웃을 때 혼자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넬리와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봅니다.
영화 바빌론 보기 전 참고사항
영화 바빌론을 보기 전에 도움이 되고자 몇 자 더 남겨봅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수위가 높습니다. 화려한 배우들의 이면을 보여줘야 아무래도 현실감 있게 표현이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보셔야 불편한 맘이 좀 누그러집니다. 등급이 청소년 불가, 19금인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본질적으로 영화산업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지 일부러 퇴폐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려고 한 것이 아니니까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작품성을 위해 그런 장면들은 필수입니다.
러닝타임은 3시간 9분입니다. 이영화가 흥행을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 러닝타임에 지레 겁먹은 관객들의 선택을 못 받아서 인듯합니다. 하지만 3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몰입감 있는 영화입니다. 감독의 연출 실력이 뛰어나 지루할 틈 없이 정신없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라라랜드, 위플래쉬를 연상시킬 만큼의 음악이 영화 내내 흘러나옵니다. 알아보니 역시나 음악 감독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트럼펫이 메인이 되는 재즈음악과 화려한 영상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대형 스피커와 스크린이 필요하시겠죠? 극장 가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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